비쥬얼 씽킹 & 스토리텔링

[창의성협업-비쥬얼씽킹] 유대인 창의성의 힘(2), 하브루타

심재우-에스비컨설팅 2015. 4. 24. 22:43

 

 

 

 

인구로 보면 유대인이 전 세계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0.2%에 그친다. 사막 위에 세워진 이스라엘은 자원은 없고 사람이 전부인 나라다. 하지만 노벨상 수상자는 178명으로 전체의 22%에 달한다. 특히 물리 47명(26%), 화학 30명(20%), 의학 53명(28%) 등, 과학 분야에서 높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전 세계 벤처 투자의 31%가 몰리고, 세계 100대 하이테크 기업의 75%가 연구소나 생산 기지를 이스라엘에 두고 있으며, 유럽 전체와 맞먹는 창업을 만드는 지식경제 산업의 중심 국가로 우뚝 서 있다. 세계 원자력 안전 기술을 장악하고, 인터넷 보안 기술을 석권하고, 세계 바이오•헬스 융합시장의 70%를 차지하면서 사막과 황무지의 땅을 과학기술의 나라로 바꿔 놓았다.

이스라엘 과학기술의 저력은 연구•개발(R&D)에 '올인'하는 국가정책과 후츠파로 대변되는 토론문화에서 나온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벤처기업들을 가진 이스라엘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비율은 4.5%로 세계 1위다. 2위는 3.2%의 일본, 3위는 2.7%의 미국이다.

1901년부터 2011년까지 110년 동안 노벨상 수상자 중 유대인이 185명으로 전체 수상자의 22퍼센트를 차지한다. 세계 인구의 단지 0.25퍼센트에 불과한 유대인이 기록한 것으로 창의성의 상징이 아닐 수 없다. 국가별로는 1위인 미국이 전체의 40퍼센트이고, 이 중 40퍼센트가 유대인이다. 노벨상 외에도 생물학, 화학, 수학, 물리학 발전에 공헌한 사람에게 주는 미국과학상, 컴퓨터와 전산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ACM 튜링상, 웨스팅하우스과학상, 기초과학, 첨단기술, 사상예술에 공헌한 사람에게 주는 국제상인 교토상, 인류에 기여한 사람에게 주는 울프상 등에서도 유대인 수상자 비율이 가장 높다.

이스라엘이 반세기 만에 과학기술에 기반을 둔 두뇌 강국으로 성장한 비결을 추적하여 집필한 <창업국가(Start-Up Nation)>란 책이 있다. 댄 세노르(Dan Senor)와 사울 싱어(Saul Singer)가 쓴 이 책은, 그 비결이 어느 조직에서든 (심지어 군대에서조차) 나이와 계급에 관계없이 상대가 누구라도 당당히 의견을 밝히며 질문하고 토론하는 유대인 특유의 후츠파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과학인과 기업인들이 실패를 두려워 않고 도전과 혁신을 거듭해 이스라엘식 창조경제를 이끌어온 '창조 정신'이 후츠파라고 했다.

이스라엘 대학에선 교수든 학생이든 서로 의견이 다를 땐 몇 시간이고 '끝장 토론'을 벌인다. 이것을 ‘하브루타’라고 부른다. 도서관의 의미인 예시바도 우리나라의 도서관과 너무도 다르다. 한국 도서관은 모두가 조용하다. 누군가 소리를 내면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고, 모두의 눈치를 받는다. 조용히 자리를 지키며 오직 시선만으로 몇 시간 동안 책을 뚫어지게 바라 보는 게 흔한 모습니다. 하지만 유대인의 예시바는 결코 조용하지 않다. 예시바는 한 번도 조용해 본 적이 없는 장소다. 예시바 입구에 들어서면 마치 장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시끄럽고, 모든 사람들이 2~3명씩 짝을 이루어 열띤 토론을 벌인다. 잘못 보면 심한 말싸움을 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이들은 난상토론 중이다.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논리적으로 정리하여 전달하고, 때로는 질문을 던지고, 그렇게 짝과 함께 창의성과 질문하는 토론을 배우고 익힌다.

이런 모습은 초등학교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한국의 학생이라면 교수와의 인간관계를 망칠 각오를 하거나 학점의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에서는 그런 걱정을 하는 법이 없다. 이렇듯 젊은 교수는 물론이고 나이 지긋한 교수들도 항상 질문과 토론의 자세가 습관화되어 반대의 의견이나 새로운 학문을 받아들이는 속도도 매우 빠르다.

어느 누구와도 질문과 토론을 통해 맞붙을 수 있는 뻔뻔함과 배짱, 그리고 용기로 무장한 유대인들은 난상토론을 통해 자신의 관점이나 주장도 펼치고,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과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 타인으로부터 배우는 능력을 체득하게 된다. 이것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게 만들고, 다양한 관점을 보게 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더 나은 아이디어를 만드는 집단창의력으로 이어진다.

[심재우 에스비컨설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