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강(조직경쟁력 강화)/기고문

‘핵카톤의 법칙, 창의적인 회의 문화를 열다’ (심재우 대표 기고문)

심재우-에스비컨설팅 2011. 7. 29. 22:54

 

 

SB컨설팅의 심재우대표는 ETRI 사보에 ‘핵카톤의 법칙, 창의적인 회의 문화를 열다’라는 주제로 기고를 했다.

기고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기업들이 치열한 글로벌 비즈니스 전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결코 과거에 머물러 있으면 않된다.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기존의 성공방식이나 기득권조차도 포기하고 변화와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기업의 혁신은 내부 직원들에 의해 진행되어 왔지만, 이제는 그 한계에 이르렀다. 내부 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역량과 리소스, 아이디어만으로는 더 이상 경쟁사를 이길 수 있는 전략과 상품을 만들기 어려워진 환경이 되었고, 그래서 찾은 방법이 외부의 전문가나 고객들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런 것을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부른다. 즉, 혁신은 내부에서만이 아니고, 외부와 함께 한다는 개념이다.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내부 혁신을 시작했던 출발점은 약 20년 전으로, GE(General Electric)이 워크아웃-타운미팅(Workout-Town Meeting)을 개발하여 전사적으로 도입하여 대대적인 성공을 거두었고, 이를 계기로 전세계 기업에게로 전파되었다. 국내기업들이 상당수가 타운미팅을 도입하였고, 지금도 활용하고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가장 먼저 실시한 기업도 GE다. 1990년대 후반 GE는 내부 직원들에 의해 실행된 타운미팅을 외부 고객이나 협력업체로 확대했다. 이후 ‘드리밍 세션(Dreaming Session)’으로 불리는 새로운 혁신 방법이 탄생했는데, 이것은 타운미팅이 한 단계 진보한 것이다.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고객의 소리를 직접 들어야 하고, 그것도 표면적인 소리보다는 내면에 잠재 되어 있는 소리를 찾는 것으로 고객들을 외딴 장소로 초대하여 1~2일간 집중적으로 토론하고 아이디어를 찾는 방법론이다. 이것을 통해 GE는 놀라운 아이디어를 찾았고, 그것을 비즈니스에 활용하여 커다란 성공을 거두고 있다. 지금도 GE는 드리밍 세션을 실시한다. 두뇌와 아이디어를 아웃소싱 하는 전략이다.

최근 소셜 네트워크와 함께 급부상하고 있는 페이스북이 다양한 기능들을 새롭게 선보이고 있는데, 이런 아이디어들은 핵카톤(Hackathon)을 통해서 나온 것이다. 핵카톤은 핵커(다른 사람의 프로그램을 몰래 훔치거나 도용하는 사람)와 마라톤의 합성어로, 다른 사람이 가진 좋은 아이디어를 활용하라는 의미와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단시간이 아이고 마라톤처럼 장시간에 걸친 열띤 토론과 집중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의미다. 페이스북의 핵카톤은 1박2일 동안 진행된다. 이것은 GE의 타운미팅이 1박2일이나 2박3일 동안 진행하는 것을 도입한 것이다. 핵카톤은 직원만이 아니고, 외부 사람들과도 진행하는데, 페이스북은 본사를 ‘팔로알토’에서 ‘벨 헤이븐’으로 이전하는 계획을 세웠고, 보다 좋은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외부 전문가들을 초대하여 핵카톤을 실시했다.    
GE의 직원들이 누구든 필요한 경우, ‘우리 당장 액션워크아웃 합시다’라 말하고 실시하는 것처럼, 페이스북 직원은 누구라도 ‘우리 핵카톤 합시다’를 외치고 실행한다.
따라서 페이스북의 핵카톤은 전혀 새로운 혁신방법이 아니고, GE의 타운미팅을 커스터마이징 한 것이다. 야후의 ‘핵 데이(Hack Day)’, 프록터앤갬블의 ‘C&D(Connect & Develop)’, 국내기업인 NHN의 ‘버닝 데이(Burning Day)’, 두산그룹의 위닝미팅, 풀무원의 그린미팅 등이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사람들을 모아서 2일간 토론을 하도록 한다고 해서 좋은 아이디어가 저절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마음 속에 있는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자리만 지키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사람들을 남에게 묻어 간다는 의미로 프리라이더(Free Rider)라 부른다. 한편 의견을 적극적으로 말하는 사람들도 자신의 말만 하지 다른 사람의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그 아이디어로부터 더 좋은 아이디어를 만들려 하지도 않는다. 그러다 보니 토론은 각자의 주장만 난무하고 평행선을 달리다가 시간이 되면 종료한다. GE가 이것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도입한 것이 퍼실리테이션(Facilitation)이다. 이것은 토론을 보다 효과적으로 진행하고 더 깊은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표면화 시키는 기술이다. 창의적인 회의가 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참가자들의 오너십과 창의성이다. 오너십은 자발성과 적극적 참여에서 비롯되고 창의성은 딥 다이브(Deep Dive)와 질문, 그리고 지렛대 효과에서 발휘된다. 딥 다이브와 지렛대 효과는 질문을 통해 얻을 수 있고 질문은 반드시 경청이 동반 되어야 한다. 그런데 오너십과 창의성은 서로 별개가 아니고, 깊이 연관돼 있다. 즉 회의에 참가하는 사람들 모두가 오너십이 있으면 창의성은 비례하여 극대화 된다. 반대로 창의성이 있는 회의라면 참가자 모두로부터 오너십을 발견할 수 있다.
여러분은 성과 없는 회의나 불필요한 회의에 자주 참가할 것이다. 하지만 회의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많이 나올 수 있다면 그 회의는 더 이상 성과가 없거나 불필요한 회의가 아닐 것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중요성은 단지 회의에서만이 아니고, 모든 업무와 회사생활 전반에서 중요하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드는 구체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이 하면 된다.
1) 설명보다는 질문을 던져라 – 회의가 지연되고 각자의 주장이나 의견만 넘치는 이유는 모두가 자신들의 말만 하지 상대방에게 질문을 던지지 않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질문은 악의적이거나 적대적인 것이 아니고, 보다 깊은 생각을 이끌어 내고, 미처 생각지 못했던 마음 속 깊은 아이디어를 표면화 하기 위한 질문이다. 회의는 참가자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의견만 들어서는 창의적이지 못한 회의가 된다. 회의의 목적은 참가자들이 미처 생각해 내지 못했던 관점이나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지렛대로 삼거나, 혹은 생각을 자극하는 질문을 통해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함이다.
2) 잘 경청해라 – 경청은 그냥 열심히 상대방 말을 듣는 것이 아니다. 경청이란 말이나 설명을 들으면서 동시에 머리 속으로는 자신이 활용할 가치가 있거나 지렛대로 삼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지 긍정적인 관점에서 찾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혼자만의 힘이나 능력으로 창의성을 발휘하기는 어렵다. 이 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집단창의성이다.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듣고 그것에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결합시키거나, 변형하거나, 뒤집어 보거나 하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 수 있다. 집단창의성은 여러 사람이 모였다고 그냥 나타나지 않는다. 참가자들이 서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잘 경청하여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활용해야 가능하다.
여러분이 창의적이 되면 불필요하거나 낭비되는 것들을 제거할 수 있다. 그러면 업무 성과도 높아지고 불필요한 야근이나 주말근무도 필요 없다. 그런데 창의적으로 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질문하고 경청해라. 회의나 업무를 이렇게 하면 무언가 구체적인 성과가 보이니 재미도 있다. 또한 서로가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소통하는 것도, 부서간의 장벽을 허무는 것도 지금까지 설명한 방법으로 가능해 진다.
페이스북의 핵카톤이 알려지자,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국내기업들이 핵카톤에 주목하고 도입하려는 추세다. 하지만 겉으로만 보이는 형식(사람들을 모아서 2일간 토론하도록 하는 것)만 갖고는 성공할 수 없다. 외형이 아니고 모인 사람들이 어떻게 토론하고 갈등을 해결하고 더 좋은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지에 주목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은 저절로 나오지 않는다. 보다 전문적인 수준의 역량과 스킬을 가진 사람들의 역할이 필요하다. 이것을 해결하는 것이 퍼실리테이션(Facilitation)이다. 퍼실리테이션은 사람들의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자극하고 참가자들간에 건설적인 의견의 충돌을 통해 새로운 미립자를 만드는 기술이다. 핵카톤의 성공적인 배경에도 퍼실리테이션이 자리하고 있다. 또한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체계적인 문제해결 프로세스를 운영한다. 먼저 직급과 부서를 무시한 상태에서 열린 토론과 아이디어 공유를 통해 문제를 분석하고, 문제의 발생 원인을 찾고,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마련한 후에 실행계획을 세우고, 실행계획을 의사결정 받고, 그것을 일정 기간 동안 실행한 후에 결과를 평가하고 점검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회의에서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적이고 통합적인, 그리고 수직적이고도 수평적인 프로세스를 활용하는 창의적인 문제해결 방법이다. 이와 같은 회의 방식은 어떤 주제나 영역에도 모두 적용할 수 있다.
회의에서의 창의성, 오너십, 실행력, 몰입 등 모든 것들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창의적인 회의를 하고 싶다면, 체계적인 문제해결 프로세스를 따르면서, 질문과 경청 두 가지만 제대로 실천해도 이 모든 것들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그러니 지금 바로 실천해 보자. 회의에서 자신의 말만 하거나 주장만 하지 말고,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서로에게 질문을 해라. 그리고 답변을 경청하고 지렛대 효과를 얻어라. 이것이 창의적인 회의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