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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 빅스 - 1% 위대한 기업은 어떻게 협업하는가] 위기와 실패의 극복, 그 끝에 창의성이 있다 (심재우 글)

심재우-에스비컨설팅 2015. 3. 23. 15:39

 

 

 

 

[매경 빅스 - 1% 위대한 기업은 어떻게 협업하는가] 위기와 실패의 극복, 그 끝에 창의성이 있다 (심재우 글)

사람들은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생각한다. 하루에도 별의별 아이디어들이 머릿속을 오간다. 하지만 이중에서 살아남는 아이디어는 과연 몇 개나 될까? 아마도 일 년 동안 떠올렸던 것 중에서, 구체적인 결과물로 나타나는 것은 한 두 개도 되지 않을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해내는 거의 모든 아이디어가 싹도 틔우지 못한 채 먼 기억 속으로 사라지거나 죽어버린다. 왜 이처럼 잠시 나타났다가 금세 사라질까? 어떻게 하면 이런 아이디어를 살릴 수 있을까?

처음에 생각했던 아이디어는 실체도 없고 구체성도 없기 때문에 그 아이디어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지 감조차 잡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그것이 시간과 노력을 가지고 잘 다듬으면 보석으로 재탄생 되는 옥석인지, 아무리 연마를 해도 그냥 돌덩어리에 지나지 않는 잡석인지를 구분하기가 어렵다. 사실 처음 생각한 아이디어의 잠재력이나 가능성을 확인하려면, 좀 더 관심을 갖고 이리저리 살펴봐야 한다. 아이디어를 그 자체로만 바라본다면 새로운 가능성이나 기회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전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거나 제 3자의 시각에서 봐야 한다. 아니면 전혀 다른 분야나 영역과 연결시켜보든가. 처음의 거칠고 보잘것없던 아이디어는 이런 과정을 통해 조금씩 보석의 모습을 나타낸다.

지금은 필름이 없는 디지털 카메라가 대부분이지만 과거에는 필름 카메라의 시대였다. 그래서 카메라용 필름을 만드는 회사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업계를 선도했었다. 당시 필름 산업을 주도했던 3사는, 독일의 아그파(AgfaPhoto), 미국의 코닥(Kodak), 일본의 후지필름이었다. 아그파는 1876년 설립되어 1889년 흑백 필름 생산, 1989년 세계 최초 엑스레이필름 출시, 1936년 세계 최초 컬러 필름 출시, 1956년 세계 최초 자동 노출 사진기를 출시하며 필름 산업의 선두주자였지만, 140년이 지난 2005년 5월 파산했다. 코닥은 130여 년 동안 필름의 대명사로 불렸고,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하여 출시했지만, 2012년 1월 파산했다.

하지만 후지필름만큼은 살아남아 새로운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이는 새로운 아이디어로써 새로운 기회를 창출했기 때문이다. 현재 후지필름은 필름을 생산하고 있지만, 전체 매출에서 필름이 차지하는 비중은 1%도 채 되지 않는다. 필름은 단지 상징적인 의미로 남아있고, 회사의 매출과 수익에서는 미미한 성과를 낸다. 과연 후지필름은 디지털 카메라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이 회사의 매출은 주로 새로운 비즈니스가 이끌고 있는데, 그것은 필름과는 전혀 상관없는 영역인 제약과 화장품이다. 피부에 탄력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콜라겐이 필름의 핵심 재료였는데 이 기술을 화장품에 적용했으며, 종이에 인화한 사진의 변색을 막는 데 사용된 항산화 물질로써 피부노화 방지제를 개발한 것이다. 또한 투명성, 얇은 두께, 균일한 표면 유지와 같은 필름 제조상의 기술을 디스플레이용 LCD 패널 소재 개발에 적용하여 성공했다. 아울러 필름 기술과 디지털 광학 기술을 접목해 첨단 의료진단 기기 사업에도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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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새로운 산업에 진출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과거의 성공은 새로운 변화를 방해하기 쉬운 법. 그래서 수많은 거대 기업들이 변신의 시도조차 못하고 새 시대의 파도 속에 수장된다. 후지필름이라고 다를까? 오랜 세월 필름에만 집중했던 직원들은 디지털 카메라가 급부상하자, 자신들도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고경영자 고모리 시게타카(古森重隆)의 생각은 달랐다. 소니, 니콘, 캐논, 미놀타 같은 글로벌 일본 기업들이 이미 디지털 카메라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우리가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새 분야로 진출하는 것이 최선일까?", "지금 우리의 역량과 자원으로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필름에 관한 우리의 기술을 어떤 분야에 어떻게 활용하면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질문을 던지고 고민하던 고모리는 회사의 기술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기술자들은 후지필름의 기술들을 활용하면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표명했다. 하지만 그들의 아이디어는 다듬어지지 않은 초기의 생각일 뿐이었다. 그러나 고모리는 이 아이디어들을 구체화하기 위해 전담팀을 만들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여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탄생시켰다. 그리하여 2005년 평판 디스플레이, 의료장비, 제약, 화장품 등에 대한 투자를 실행했다. 이들 사업은 모두 후지필름이 강점으로 보유한 카메라 필름 제조 기술을 근간으로 하고 있었다. 더불어 후지필름은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이런 노력에 힘입어 경영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후지필름의 성공적인 재기의 비결은 위기 상황에서 다양한 관점의 질문들을 던지고, 이와 연관된 다듬어지지 않은 초기 아이디어를 살려내고 개발하고 구체화시켜 실행한 것이었다. 초기 아이디어가 실행으로 연결되려면 많은 난관과 과정이 따르지만, 그 중에서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고 이를 실행하는 리더의 확고한 신념과 의지가 중요하다는 교훈을 주는 사례다.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솔루션이 없다고 불만이라면, 혹은 지금 보유한 기술의 응용에 한계를 느낀다면, 아예 새로운 것을 찾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고, 때로는 지금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나 기술을 전혀 다른 분야나 영역으로 전환하거나 확장하는 지혜와 아이디어를 찾는 것이 요구된다.

[심재우 에스비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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