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는데, 눈으로 읽고, 입으로 읽고, 손으로 읽는 독서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손으로 읽는 독서인 '초서'다.
초서독서법을 활용한 대표적인 인물은 조선시대의 정약용이다. 그는 18년 유배 생활 동안 500여권을 집필했던 독서와 책쓰기의 대가다. 또 정약용이 이렇게 많은 책을 쓸 수 있었던 기본 중에 하나가 바로 '초서 였다.
정약용이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 초서독서법의 효과와 방법에 대한 여러 설명이 있는데,
“먼저 책을 읽고 나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후 그 생각을 기준으로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는 취사선택이다. 일정 수준과 범위에서 자신의 견해를 만든 후에 익히고 싶은 문장과 견해는 뽑아서 따로 필기해 간추려 놓아야 한다. 그런 식으로 책 한 권을 읽더라도 자신의 공부에 도움이 되는 것은 뽑아서 적어 보관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재빨리 넘어가야 한다. 이렇게 독서하면 백 권이라도 열흘이면 다 읽을 수 있고 자신의 것으로 삼을 수 있다.”
"수천 권의 책을 읽어도 그 뜻을 정확히 모르면 읽지 않은 것과 같으니라. 읽다가 모르는 문장이 나오면 관련된 다른 책들을 뒤적여 반드시 뜻을 알고 넘어가야 하느니라. 또한 그 뜻을 알게 되면 여러 차례 반복하여 읽어 너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게 하거라."
“독서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 한번 쭉 읽고 버려둔다면 나중에 다시 필요한 부분을 찾을 때 곤란하지 않겠느냐? 그러니 모름지기 책을 읽을 때는 중요한 일이 있거든 가려서 뽑아서 따로 정리해 두는 습관을 길러야 할 것이다. 이것을 초서(抄書)라고 하는 것이다. 허나 책에서 나한테 필요한 내용을 뽑아내는 일이 처음부터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먼저 마음속에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필요한 내용인지 일정한 기준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곧 나의 학문에 뚜렷한 주관이 있어야 하는 것이란다. 그래야 마음속의 기준에 따라 책에서 얻을 것과 버릴 것을 정하는 데 곤란을 겪지 않을 것이야. 이런 학문의 중요한 방법에 대해서는 앞서 누누이 말했는데 너희가 필시 잊어버린 게로구나. 책 한 권을 얻었다면 네 학문에 보탬이 되는 것만을 뽑아서 모아 둘 것이며 그렇지 않는 것은 하나 같이 눈에 두지 말아야 한단다. 이렇게 하면 100권의 책도 열흘간의 공부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초서독서법은 매우 능동적인 독서법으로 딥리딩 방식의 하나다. 책을 읽고 이해하여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정립하고, 책 내용을 취사 선택하고, 비판하고, 의식을 확장하고, 생각을 넓혀가는 적극적 자세를 가진 독서법이다. 책을 읽을 때 겉으로 보아서는 그냥 책을 읽는 것 같지만 머릿속에서는 다양한 생각과 질문들이 서로 부딪히고 연결되어 마치 전쟁이 일어난 것처럼 두뇌 활동이 활성화 돼야 한다. 평온한 마음과 생각으로 독서를 하는 것은 딥리딩이 아니다. 물론 가볍게 읽을 책들도 많은데, 이런 책들은 굳이 딥리딩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선택한 책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게 목적이라면 딥리딩을 해야 한다.
초서독서법은 요약하고 쓴다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손은 바깥으로 드러난 또 하나의 뇌라고 칸트가 표현한 것처럼 무언가를 쓴다는 행위는 읽은 것을 내 머릿속의 뉴런과 시냅스에서 분류하고 연결하고 뒤섞고, 충돌시켜 전혀 새로운 지식으로 만들고, 통찰력을 얻는 과정이기도 하다.
두뇌에서 단지 생각하는 것만으로 그치면 그것은 생각에 머물지만, 생각을 물리적인 글자로 쓰거나 표현하면 통찰력과 창의력이 높아져 독서효과와 활용성도 함께 증가한다.
초서독서법은 5단계로 진행된다.
1. 입지(立志) : 스스로의 뜻과 목표를 정한다.(책을 읽기전에 책을 읽는 목적이나 목표를 구체화 하고, 저자나 책에 대하여 던질 수 있는 질문들을 만든다)
2. 해독(解讀) : 읽고 이해한다. (책 내용은 무엇인지, 저자의 주장과 핵심 메세지를 파악한다)
3. 판단(判斷) : 취사선택(내용중 내가 얻을 것과 버릴 것을 분류한다)
4. 초서(沙害) : 얻은 지식과 생각을 독서노트에 글로 정리한다.
5. 의식(意識) : 의식 확장(창조, 정교화 단계)을 통해 다른 누군가에게 설명하듯 글로 기록한다.
초서독서법과 유사한 것으로 사다(四多)독서법이 있는데, 많이 읽고( 多讀), 많이 베껴쓰고(多寫), 많이 생각하고(多想), 많이 질문(多聞)하는 것이다. 중국의 모택동이 사용한 독서법이기도 하다.
사다독서법을 통해서 비판력, 정보분석력, 문제해결격, 창의력 등을 개발할 수 있다.
특히 인문고전이나 철학, 실용서와 같은 책들은 눈으로 읽는 것이 아니고, 적극적으로 밑줄을 긋고, 책의 여백에 메모하고 발췌한 문장들을 필사하며 읽어야 한다. 그래야 책을 쓴 저자와 생각 속에서 대화를 주고 받고, 때로는 저자의 생각 속으로 공감하는 것처럼 능동적인 행동을 취해야 독서의 효과가 있고, 이런 과정들을 통해서 독자들의 두뇌와 생각하는 방법이 통합적이고 창의적으로 바뀌게 된다.
이것이 4차산업혁명시대에 인공지능과 협업할 수 있는 창의적인 인재가 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